작명, 이렇게 해도 되는 걸까?
이제 아기 심바가 태어나기까지 2주도 채 남지 않았다. 예정일은 9월 9일이었지만, 아기가 머리를 아직도 위로 하고 있어서, 자연분만이 어렵게 되었다. 그래서 제왕절개를 날짜를 미리 정해두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몸 상태가 나쁘지 않았던 아내는 이제 밤에 잠을 거의 자지 못한다. 처음엔 출산 직전까지 계속 출근한다고 하더니, 이제 다음 주까지만 출근하고 미리 출산휴가를 들어가기로 했다. 근데, 지금으로서는 다음 주까지도 힘들어서 다닐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조금 걱정이 된다.
4월쯤부터 이름 후보를 생각나는 대로 하나씩 늘려가고 있었다. 이젠 후보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그중에서 정말 괜찮은 이름을 추리고, 한자나 영어 이름 같은 걸 고려해서 선택을 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왔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이름 짓기 대작전을 시작했다.
한 사람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것이 이름이다 보니, 쉽사리 시작하기가 어려웠다. 보기 좋고 부르기 좋은 이름 후보를 모아놨지만, 그냥 이런 식으로 이름을 정하는 것이 맞는가 싶기도 했다. 최근에 아이를 낳은 사람들을 보면 직접 지으려고 후보를 정하다가, 결국엔 작명원에 가서 이름을 짓고 결정했다는 경우가 많았다. 부모가 직접 이름을 지어주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잘 모르고 좋지 않은 이름을 지었다가,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어쩌나 싶은 마음이 큰 것 같았다.
아래는 우리가 아기 이름을 지을 때 고려했던 내용을 정리해보았다. 1, 2, 3단계로 나눠 놓았지만, 단계가 명확하게 구분되는 건 아니고 왔다 갔다 하면서 후보를 늘렸다가 압축했다 했다.
1단계: 한글 이름 짓기
그때그때 생각나는 예쁜 이름이 있으면 메모 앱에 기록해두었다. 둘 다 아이폰을 쓰기도 하고, 아이패드, 맥북까지 있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나 쓰고 수정할 수 있도록, 기본 메모 앱을 사용했다. 공유 기능을 사용하면 동시에 편집이 가능하기 때문에 매우 좋다. (평소 장보기 목록 쓸 때도 사용하는 기능이다.) 이 방식으로 처음 30-40개의 후보를 세웠다.
다음으로 정말 이름으로 써도 될 만한 것들만 추리기 위해서, 미리 알림 앱에 이름을 복사해놓고, 체크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메모 앱에서도 체크 표시가 가능하지만, 정렬만 될 뿐 안 보이게 감출 수가 없다. 하지만, 미리 알림 앱에서는 '완료된 항목 가리기'라는 기능을 통해서 별로인 이름을 안 보이게 할 수 있다. 가끔가다 다시 복구해야 할 때는 숨기기를 취소하고 체크 해제하면 된다. 이 방식으로 10개 정도로 추렸다.
우리 머릿속으로 떠올리는 이름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아서, 아기 이름 순위 사이트(링크)를 이용하기도 했다. 여자 이름 인기 순위 200개와 중성적인 이름 200개를 엑셀에 붙여 넣은 뒤, 중복 제거를 했다. 그리고 엑셀 함수로 글자 수를 계산해 옆 열에 쓴 뒤 정렬해서, 외자나 세 글자 이름은 제거했다. 그리고 또 엑셀 함수로 앞에 성을 붙인 뒤, 이름을 쭉 보면서 체크 표시를 했다. 나중엔 체크한 것만 필터링해서 보면 되기 때문에 편하다. 영어 이름은 괜찮다고 생각한 이름만 찾아보았다. 네이버 사전에서 한글 이름 로마자 표기법(링크)을 찾아볼 수 있다.
2단계: 이름 뜻 만들기, 한자 고르기
심바의 이름을 정하면서, 어떻게 컸으면 좋겠는지를 생각했다. 우리가 정한 이름 뜻에는 '지혜롭고 밝게 자랐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 한자를 고를 때 이점을 염두에 두었다. 한자는 아무것이나 선택하면 안 된다. 대법원에서 고시한 인명용 한자가 따로 있는데, 이는 대법원 홈페이지(링크)에서 보거나 PDF로 다운로드할 수 있고, 네이버 한자사전에서는 목록(링크)을 따로 제공해주기 때문에 조금 더 편하게 볼 수 있다. 대법원 홈페이지에서 공식적으로 네이버 링크를 제공하는 만큼 믿고 볼 수 있다.
가끔 가다 작명원 홈페이지에서 한자 목록을 제공하기도 한다. 작명원 홈페이지에는 불용 한자가 구분되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꼭 확인해야 한다. (불용 한자는 작명소마다 판단 기준이 다를 수 있기도 하고, 절대적인 건 없다고 한다. 대법원 고시 인명용 한자 목록 중 좋은 뜻을 사용하면 된다.)
지혜, 밝다 라는 뜻을 가진 한자로만 한정하면 너무 제약이 많기 때문에, 슬기롭다, 예쁘다, 총명하다 등 비슷한 의미의 한자도 함께 살펴보았다. 다만, 그냥 한자만 조합해서 보기엔 너무 많기 때문에 어느 정도 '좋은 한자'라는 기준이 필요했는데, 그래서 함께 살펴본 건 성명학. 즉, 음양오행이다.
3단계: 음양오행 확인하기
평소 사주 운세를 보거나, 한글 이름 또는 한자가 기운을 막는다는 둥 하는 얘기를 잘 안 믿었다. 누가 잘 맞더라 하면 신기해하는 정도일 뿐, 나 또는 가족이 사주를 보는 경우는 없었다. 그런데 막상 새로 태어날 아기 이름을 짓는다 하니, 혹시나 하는 마음이 생기면서 그래도 작명소에서 제대로 지어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점점 든다. 그랬다고, 아무 데나 있는 곳을 가는 건 영 쫌 그래서, 한 번 검색을 해봤다. 아기 이름 작명소에서 보통 짓나요?
작명소에서 몇십만 원, 몇 백을 주고 지었다는 사람도 있고, 작명 어플에서 그냥 지었다는 사람도 있고, 앱을 다운로드하여 몇 개 지어 보고 작명소에 갔는데 거의 비슷했다는 사람도 있었다. 평소 사주를 안 보던 사람으로서, 몇십만 원까지 지불하면서 이름을 짓기는 좀 부담스러워서, 일단 작명 앱(넴유베, 아름다움 작명)을 다운로드하였다. 좋은 이름을 판별하는 성명학에 대한 설명과 함께, 무료로 해볼 수 있게 되어 있어서 해보았는데... 음 좀 편하게 찾는 기능이 없을까 해서 보면, 딱 그 기능을 유료 결제하도록 해두었다. 별 게 아닌데 말이다.
그래서 성명학을 보고 내가 프로그램 코드를 짰다. 웹에 연결해서 컴퓨터나 핸드폰에서 찾을 수 있게 만들었다. 코딩을 하면서 보니, 작명 앱이나 작명소나 어차피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 방법이 다를 수가 없어서, 똑같을 수밖에 없는 것 같다. 한글 자음, 모음에 따른 음양오행, 그리고 선택한 한자의 획수의 합, 획수에 따른 음양오행을 찾고, 어느 하나가 부족하지 않게 채워주면 된다. 생년월일시도 만세력을 보고 오행을 찾은 다음, 거기서 모자란 부분을 이름에서 채워주면 된다. 심바는 제왕절개를 하기 때문에 날짜 시간이 정해져 있고, 그것으로 봤을 땐 애초에 사주에서 부족한 오행은 없었다.
이렇게 만든 프로그램에 우리가 뽑아두었던 한글 이름 리스트를 넣어서 성명학적으로 완벽한 한글 이름을 추리고, 그 한글 이름에 따른 한자 조합을 뽑아보면 이름별로 80~300개 정도씩 나온다. 여기에는 이상한 뜻의 한자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그 한자들을 블랙리스트로 등록해두고 다시 뽑아보면, 이름별로 10~80개 정도로 추려진다. 그중에서 우리가 염두했던 이름 뜻에 가장 부합하는 한자 조합을 선택만 하면 끝이다.
4단계: 최종 결정 투표
오늘 드디어 최종 결정을 위한 이름 5개로 추렸다. 그러고 나서 우리가 이름을 정하기 위해 했던 일들을 정리해보니, 위의 1~3단계로 나눌 수 있었다. 되게 간략해 보이지만, 사실 계속 새로운 예쁜 이름이 생각나서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조금 시간이 길게 걸렸다. 처음부터 저런 전략으로 했다면 조금은 빨리 정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아쉽지만, 이건 다음 아기 이름을 정할 때 사용하는 걸로!
5개의 이름 중 1개는 한글 이름, 2개는 내가 선택한 이름, 2개는 아내가 선택한 이름이다. 각자 선택했지만, 그래도 둘 다 괜찮다고 생각하는 목록 안에서 정했기 때문에 5개 모두 좋은 이름이다. 한자 이름은 뜻도 좋고, 한글 이름은 뜻은 딱히 없지만, 대충 알맞게 연상되는 뜻을 심어줬다. 5개 이름을 1~5로 한글, 한자, 뜻을 적어서 양가 가족들과 친구 몇 명에게 보냈다. 각자가 또 주변의 친구들에게 전달 전달해서 의견을 받아서 공유해주었다. 단순히 다수결로 결정할 인기투표가 아니라, 의견을 묻고 왜 그게 좋다고 생각하는지도 알려달라고 했다.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조만간 우리 부부가 어느 하나를 정할 예정이다.
이제 심바가 태어나기 2주가 채 안 남았다. 예쁜 이름, 좋은 이름 잘 지어서 선물해줘야지! 조심히 잘 있고, 2주 뒤에 보자!
'childrear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38주 역아 제왕절개] 1-2일차 산모의 하루 (0) | 2022.08.31 |
---|---|
[38주 역아 제왕절개] 2022.8.29 11:46 심바탄생일 (0) | 2022.08.29 |
아가방 마련해주기 (0) | 2022.07.10 |
나와 내 친구들의 신기한 이야기 (0) | 2022.03.23 |
입덧이 너무해 (0) | 2022.0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