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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킷리스트 나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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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알람이 울리기 시작했다.

시계를 보니 8시, 순간 월요일인지 일요일인지 헷갈려서 살짝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실눈으로 요일을 확인했다. 

'일요일'이었다. 

 

어제 어떻게 잠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일찍 일어난 이유는 오빠를 제외한 친정식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음식을 대접하기로 한날이기 때문이다. 

 

지난주에는 시댁 식구들을 초대해서 내가 그래도 그동안 만들었던 요리 중에 괜찮았다 싶었던 것을 준비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너무 없어서 진짜 내 스스로 만족할 만한 요리를 대접하지 못해서 아쉬움이 계속 남았다. 

 

이번에는 시간 분배를 꼭 잘 하리라!!! 

다짐하고 부지런히 집 정리를 하고 요리를 시작했다. 

오늘은 민규도 뭐 사러 나가지 않아도 되어서 옆에서 나를 계속 도와주어서 훨씬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낙지 다듬기도 3번째가 되니 이제는 곧잘 하는 것 같다고 나 스스로 생각해본다. 

 

아무튼 그렇게 요리를 끝내고 뒷정리까지 마치고 나니 딱 마침 가족들이 도착했다. 

구색맞추려고 노력 많이했다.

와서 부지런히 테이블 세팅을 하고 내어놓은 음식들을 다들 맛있게 먹어주어서 정말 만족스러웠다. 

그래서 어제 고민하고 있던 버킷리스트에 당당히 올릴 수 있게 되었다. 

 

6인상, 우리집에 있는 모든 그릇을 다 꺼낸 것 같다. 

식사를 마치고 티타임을 가지면서 버킷리스트 쓰기를 하기로 했다. 

우리가 책에서 봤던 것처럼 버킷리스트를 쓸 때 팁을 살짝 공개하면서 쓰도록했다. 

한 20분쯤 각자 조용히 생각하며 쓴 것 같다. 

 

우리 쀼는 미리 써둔 게 있어서 그걸 가족버전으로 10개만 골라내서 써냈다. 

아빠는 5개까지 쓰고 막혔는지 한참을 생각하다가 9개째에서 포기하려고 하길래, 기다려 줄 테니 끝까지 쓰라고 했다. 

 

그래서 다같이 버킷 쓰기를 마치고 나부터 버킷리스트를 쓰게 된 동기와 함께 쓰자고 한 이유, 그리고 내 버킷리스트까지 하나하나 읽어 내려가면서 나눴다. 

 

아빠는 이 버킷쓰기를 50대 때는 매년마다 썼었는데 그 이후론 안 해서 정말 오랜만이라고 했다. 

다시 그 습관을 꺼내들게 된 계기를 만들어 준 것 같아서 뭔가 뿌듯했다. 

가족들과 여행가는 것을 목표로 하는 항목들이 나오니 올 해는 아무래도 다 같이 여행을 한번 가야 할 듯싶다. 

 

그리고 형부의 버킷을 들을 때는 솔직하고 당당하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 둘 버전을 쓸 때는 '아기만들기'가 3, 4번째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괜히 부끄러운 마음에 가족 버전에서는 빼고 썼었는데 형부는 거침없이 그 부분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나누는 것을 보고 그것을 공개적으로 쓰는 걸 부끄러워했던 나 자신을 반성했다. 

 

또 엄마가 나눌 때는 첫번째 버킷이 '새 보금자리 찾기' 였는데, 농담조로 "이 나이에 집도 없다는 게 부끄럽지만.." 하면서 순간 울컥하면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우리는 모두 당황하긴 했지만 웃기기도 해서 갑자기 눈물을 보이는 엄마를 보면서 잠이 확 달아났다. 

역시 재간둥이 엄마인 것 같다. 

 

아무튼 엄마의 소원에도 가족들과 여행 가기가 있었고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취미도 알게 되었다. 

 

주루의 버킷도 또 아기만들기를 비롯해 새로운 프로그램에 대한 고민들, 가족에 대한 생각들을 알 수 있었다. 

평소에 카톡을 제일 많이 하는 사람이지만 또 이런 분야의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보니 새로운 사실을 안 것 같아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가족 모두의 버킷리스트를 나눌 때마다 '평소에 이렇게 생각하고 있구나, 이런걸 하고 싶구나' 같이 나누다 보니 그 버킷리스트를 함께 이룰 수 있는 동기도 생겼고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것 같아서 정말 좋았다. 

진심으로 좋았던 시간이었다. 

 

저녁엔 산책하러 나가서 내가 민규에게 오늘 하루 어땠냐고 물어봤다. 

민규는 "재밌었어" 라고 대답하기에 난 무엇이 재밌었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가족들과 버킷리스트를 같이 쓰고 이야기한 게 재밌었다고 했다. 

 

나도 그랬다. 

그리곤 시댁 식구들과도 하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사실 지난주에 하고싶었는데 여동생도 없었고 갑자기 쓰자고 내가 나서서 하기가 좀 생뚱맞은 느낌이었어서 

돌아올 설에 미리 공지를 한 후에 진행하는 편이 좋겠다 판단했다. 

 

조금 더 재밌고 알찬 가족 모임을 위해 이것저것 도전해보고 정체되어있던 대화의 공기를 조금씩 바꿀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오늘 가족들과 나눈 이야기를 통해 스스로 엄청난 에너지를 받게되었고 친구들과만 나누던 내 속마음, 내 상황들을 가장 사랑하는 가족들과 나눌 수 있게 되어 뜻깊었다. 

 

2022년 1월 2일

민쀼의 베지채블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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