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몇몇 글에서도 언급은 했지만, 감사하게도 나는 모유가 잘 나와서 모유양에 대한 스트레스는 없었다.
그러나 완모를 하기까지 적응하는 시간은 분명 쉽지 않았다.
그래서 수유를 처음 시작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어떻게 변화하고 적응해왔는지 기록해두려고 한다.
생애 첫 수유 : "엄마, 저왔어요! 쭈쭈 주세요"
처음 수유콜을 받고 내려갔던 날을 잊을 수가 없다.
나는 제왕절개를 한지라 출산 당일은 아예 움직일 수 없었고, 다음 날은 회복하는 하루였다.
3일째 되던 날에야 아침 먹고 쉬고 있던 중 처음으로 수유콜이 왔다.
"산모님, 유방을 흐르는 물에 깨끗하게 닦고 6층 신생아실 옆 수유실로 수유하러 오세요~"
준비하고 내려갔더니 드라마 산후조리원같이 피라미드 계급형태라든지 산모가 바글바글 앉아 수유하는 모습은 아니었다.
그저 따뜻한 느낌의 방안에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곳이었다.
하지만 나는 처음 겪을 경험에 다소 긴장을 하고있었다. 아마도 손까지 벌벌 떨렸던 것 같다.
선생님은 나에게 손을 씻고 아기베개를 하나 가지고 준비된 자리에 앉아 수유쿠션을 착용하고 발받침을 꺼내 올리라고 했다. 그리고 가슴을 열어두어 수유를 할 수 있게 준비하라고 했다.
뭔가 그동안 꽁꽁 숨겨두었던 내 몸을 처음보는 사람들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가슴을 열어두자니 살짝 어색했다.
그리고 얼마 뒤에 나의 귀염댕이 아가가 간호사샘의 품에 착 붙어 등장했다.
창문너머로만 보던 아가를 실제로 만지고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너무 설레였는데 이 아가가 내 젖을 먹으러 왔다니요!
정말 너무 신기했다.
선생님은 아가의 입이 아~하는 순간 내 젖꼭지에 팍! 꽂아(?)주시는데 아가는 물자마자 바로 쪽쪽쪽쪽 빨기 시작했다.
너무!!!!! 귀여웠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그때가 생각이 나서 갑자기 감격의 눈물을 흘릴 것만 같다.
사실 그때 당시에는 모든게 얼떨떨해서 감정이 잘 올라오지 않았는데, 지금 다시 회상하다보면 정말이지 감동적인 장면들이 많았던 것 같다.
아무튼 그 귀여운 아가가 왼쪽 10분, 오른쪽 10분 먹었는지 안먹었는지 모르게 촵촵촵 빨고나니 선생님이 다시 데려갔다.
그리고는 다른 선생님이 내 젖꼭지가 애매한 길이라고 유두보호기 M사이즈를 살 것을 권했다.
수술하고나서 널널한 병원복을 입고있을 때 나는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고 지냈는데 수유를 시작하고나서는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으면 내 젖꼭지 위치가 어디에 있는지 강제 공개 되었기에, 브래지어를 착용하고 다녔다.
병원에서 수유하던 기록은 이전 글에서도 볼 수 있다.
처음엔 왼쪽만 유두보호기를 사용했는데 갈 수록 두 쪽 다 안정적으로 빨려면 유두보호기가 둘다 있어야 되서 두 쪽 다 사용했다. 내가 뭣모르고 유두보호기의 볼록 돌출 된 부분을 손으로 잡아서 젖꼭지에 맞췄더니 간호사샘이
"엄마~ 왜 아기 입에 닿는 부분을 손으로 잡아요, 밥숟가락 손으로 잡으면 좋아요? " 하셨다.
그래서 그 뒤로는 유두보호기의 날개를 잡아서 끼웠다.
조리원에서 2주(생후 20일경) : 젖이 뚝뚝뚝뚝, 가슴이 너무 따가워 죽겠다.
퇴원 후 조리원으로 바로 입소했는데 그곳에서는 본격적으로 모유수유를 시작했다.
입소하자마자 유축은 가능하면 3시간에 한번씩 하라고 했고, 아기가 원할 때 수유콜이 왔다.
생각해보면 조리원에서야 말로 나의 모유수유 생활중 가장 변화무쌍한 시기였던 것 같다.
나는 주로 아침 7시 이후로 첫 수유콜을 받았고 밤 12시 전까지 조리원 프로그램이 없으면 가능하면 직수를 했다.
새벽수유는 하지 않았기 때문에 직수 횟수는 하루에 약 6번 정도였다.
대신 새벽에는 유축을 했다. 내가 하고싶어서 한 건 아니고, 유축을 하지않으면 패드가 꽉 차버려서 브래지어를 적셨기 때문에 강제 기상했다. 대체적으로 2시, 5시 쯤에는 유축을 해야만 했었다.
이 글을 쓰면서 옛날 기록을 보는데 확실히 삼시세끼 + 간식 세번을 먹어서 그런지 유축도 엄청 많이하고 직수도 많이 했었다. 아기가 조리원에 있을 당시 40~60ml 가량을 먹을 시기였는데 그때 내 모유량은 80~100ml정도 되었다.
유축 시간은 양쪽 각각 5분씩, 많이 하면 10분씩 했었다.
새벽에 한창 고여(?)있다가 유축할 때는 전유만으로 거의 70ml가 나와서 어느날은 신생아실 선생님께서 아기가 녹변을 보고 자주 싸서 그런지 똥꼬가 빨갛다며 유축할 때 전유를 조금 버릴 것을 권하셨다.
그래서 전유 70ml가 나오면 다 버리고 새로 짰는데, 모유 관리사님께서는 전유도 다 영양분이라고 조금만 버리라며 아까워하셨다.
그때 당시 내가 가장 힘들었던 건, 쉴 틈없이 뚝뚝뚝 떨어지는 모유와 계속 습한 상태에 노출되어 따가운 가슴이었다.
유방이 작으면 용적량이 적어서 더 자주 배출해내 주어야 한다는 말이 있었다.
그래서 인지 양은 많은데 담아둘 그릇이 작아서ㅠㅠ 계속 배출되고 있었다. 특히 개운하게 샤워하고 나왔는데 뚝뚝뚝뚝 흘러버리니 수건으로 가슴을 잘 감싸고 있다가 브래지어를 후다닥 입어야만 했다.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니 유방 유선에 혈액순환이 잘되어 더 잘 뿜어낼 수밖에... 게다가 모유는 물이랑 달라서 어딘가에 묻으면 좀 끈적거리는 느낌이 있어서 영 찝찝하기도 했다.
그리고 가슴이 계속 습한 상태로 있으니 그 주변이 다 따가워졌다.
난 갑자기 엄청 따갑다고 느낀 순간 바꿨던 수유 패드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원래 쓰던 수유패드로 바꿔도 똑같았다.
그냥 습해서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패드를 대고 그 안에 수건이나 손수건을 한번 더 댔다. 약간 기저귀 발진 같은 느낌이었다.
지금은 기억도 잘 안나는 그 시기가 나에게는 변화한 내 몸에 적응하기에 너무 힘든 시기였다.
집에서 2주(생후 35일경) : 젖꼭지가 떨어져 나갈 것만 같아.
집에 온 뒤부터는 아가가 먹을때가 되면 누군가가 아가를 데리고 와서 내 젖꼭지에 물려주는 사람이 없었다.
내가 알아서 수유쿠션을 세팅하고 아기 입안에 내 젖꼭지를 잘 맞춰야하는데 아기도 나도 여전히 서툴기에 내 젖꼭지는 정말 떨어져 나갈 것 같았다. 또 피부에 살갗이 다 벗겨진 느낌이라 내가 내 가슴을 만질 수 조차 없이 따가웠다.
아기가 유륜까지 크게 물어야 한다고 하는데 아기 입이 그렇게 안 벌어져서 그냥 유두만 엄청 강한 힘으로 빨아대니 머리가 삐죽삐죽 서는 것 같았다.
유두보호기를 껴도 너무너무 아팠었던 것 같다. 너무 아프니까 아기가 먹을 때가 될 때면 두려워졌고 제발 짧게 먹어주길 바랐다. 어느 날은 너무 아파서 그냥 직수는 끊고 남편에게 유축수유를 해달라고 했었다.
2개월 차 : 으앗! 그리고 으흠~
유튜브에선 유두보호기를 가능하면 한달내로 떼라고 했는데 그 말 또한 나에게 압박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될 일을 너무 미리부터 많은 정보를 가지고 스트레스 받았던 것 같다.
아기가 2개월에 접어들면서 어느새 유두보호기 없이도 잘 물었고, 처음에는 윽! 하며 아프긴 하는데 조금 지나면 금방 괜찮아졌다.
그렇게 시간이 점차 흐르니 처음에 윽! 하며 아픈 것 조차 없어지고 자연스럽게 수유하게 되었다.
3개월차 : 대체 언제까지 먹을셈이야?
수유가 적응되어가다보니 이제는 시간이 문제(?)다.
아가가 보통 한번에 한쪽만 20분정도 먹고 고개를 뒤로 빼거나 입에 힘을 스르륵 푸는데, 어느순간부터는 도대체 멈출 생각을 안하고 먹는다. 40분...50분...1시간까지!!
그때 당시 보건소에서 주최하는 엄마모임에 참여하고 있었어서, 간호사님한테 수유 시간이 이렇게 길어지는데 괜찮은거냐고 물었더니 뱃구레가 커지는 시기라서 그렇다고 조금만 더 지나면 또 다시 짧아질 거라고 하셨다.
너무 많이 먹고있어서 이게 맞나 싶었는데 정상적인 상황이라고 하니 안심이었다.
근데 그 1시간 남짓한 시간이 너무 지루해서 언젠가부터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아기가 나오면 책 읽을 시간이 없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런게 또 모유수유의 장점이라고 해야할까?
4개월차 : 언제 어디서나 초간편 식사
4개월차가 되니 아가의 몸집도 커져서 쿠션이 없어도 어느 정도 각도가 맞아서 수유하기는 더더욱 편해졌다.
모유량도 유축하면 약 170-180ml 정도 나왔다.
갑자기 벙개를 할 일이 생긴다해도 아기 먹거리 걱정은 안해도 된다는 게 모유수유의 큰 장점인 것같다.
실제로 언니와 밖에서 놀다가 갑자기 언니네 집으로 가서 하룻밤을 자고 왔는데 아기 밥은 내가 잘만 먹으면 되는 것이니 걱정할 것이 없었다.
대신 내가 잘 먹어야 한다는 것이 나를 압박하지만 그 겸에 소홀할 수 있는 엄마의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어느순간부터는 유축하고 난 뒤에 나오는 설거지거리도 귀찮아서 직수만 하다보니 그것도 어떻게 보면 수유하는 시간은 메여있어야 하지만 그 뒷처리 할 게 없으니 간편하기도 하다.
지금까지 간단하지만 시기시기를 생각해가며 적어본 나의 모유수유일지.
원래 목표는 6개월 이유식 시작할 때까지였으나, 내 체력만 된다면 1년을 다 채우고 유아식으로 넘어갔으면 싶다.
안돼도 어쩔 수 없고...!! 긍정적으로 즐겁게 완모를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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